2008년 04월 28일
The Truth about the Drug Companies
이번 여행에 읽은 책이다.
저자인 Marcial Angell 박사는 저명한 의학 학술지인 New England Journal of Medicine의 편집장을 역임한 이 분야 전문가로, 다국적 제약회사들이 어떠한 식으로 부당한 이득을 취해 왔는지에 대한 비밀을 이 책에서 밝히고 있다.
사실 나역시 '신약 개발을 통해 인류의 건강과 복지 향상에 이바지하는' 거대제약회사의 이미지를 상당히 좋게 보고 있었고, 실제로 제약회사의 연구소에 취직하는 것 역시 상당히 좋은 선택 중 하나로 고려하고 있었다. 내 학교 동료/선배들 역시 상당수가 제약회사에 취직해서 일하고 있고.
그러나 최근 들어, 제약회사들이 혁신적인 신약개발보다는 제2, 제3의 Viagra와 같은 lifestyle drug을 me-too 전략을 통해 쉽게 만들어 시장에 내다 파는 데에만 골몰하는 데에는 불만을 가지고 있었다. 재작년엔가 잠시 들었던 drug discovery 수업에서 담당교수가 아예 me-too strategy역시 이제는 신약개발 전략의 하나로 인정해 줘야 할 상황에 왔다고 하는 말을 듣고 어이가 없었던 기억도 있다.
그런데, 이 책에서 Angell박사는 보다 충격적인 비밀을 몇가지 더 밝힌다. 즉, 거대제약회사는 인류의 복지에 이바지하면서 이윤도 추구하는 '선한 기업'이 아니라, 오히려 건강을 빌미로 거액을 뜯어내는 사악한 깡패집단에 가깝다는 것이다. 거대제약회사는 엄청난 이윤을 얻고 있으며, 이중 상당수는 부당한 방법으로 얻고 있다는 것이다.
예를 몇가지 들어 인용하자면,
* 거대제약회사는 신약의 가격이 비싼 이유 (보통 신약은 1년치 약값이 1만달러 이상이다)를 엄청난 개발 비용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전임상단계부터 시작해서 동물실험, 그리고 1,2,3차 임상실험은 실제로 최소 수백억원의 돈이 들어가며, 늘 실패할 위험부담을 안고 있기는 하다. 거대제약회사가 평균적으로 매출의 11-14%을 지출하는데 (다른 업종과 비교하면 상당히 높은 비율이긴 하다), 숨겨진 비밀은, 제약회사가 그 두 배 이상인 매출의 30%정도 (정확한 비율은 제약회사의 일급비밀이다)를 마케팅에 지출한다는 것이다!
즉, 연구개발비 때문이 아니라, 광고비 등 마케팅 비용 때문에 약값이 비싸지고 있는 것이다.
* 거대제약회사는 잠재 고객을 늘리기 위해 심지어 새로운 '질병'을 이름붙이기도 한다. 30년 전에 비해, 고혈압과 고지혈증의 '위험군'기준은 훨씬 완화되어, 예전같으면 정상으로 분류될 사람들이 위험군으로 분류되는 경우가 늘었다. 이들은 결국 혈압약과 콜레스테롤강하제의 잠재 고객이 되는 것이다. 이러한 기준은 의사들이 결정하기는 하지만, 이 배후에는 엄청난 로비력을 자랑하는 제약회사의 지원이 자리잡고 있다.
--> 최근에 텔레비전을 보니 "restless leg syndrome (하지불안증후군)'이라는 병에 대한 약 광고도 해대더라.
* 거대제약회사는, 자신들의 '신약'이 최대한 쉽고 빠르게 시장에 진출할 수 있도록, 그동안 관련 법령을 개정하는 데에 엄청난 액수의 로비자금을 퍼부었다. 이들은 수많은 정치인과, 심지어 FDA의 고위직 공무원들까지도 교묘한 방법으로 매수하고 있으며, 그 결과 '신약'의 기준이 예전에 비해 훨씬 완화되었다. 이제는 신약이 기존 약보다 더 효과가 좋다는 것을 증명할 필요가 없고, 그저 placebo (위약, 흔히 밀가루나 설탕 등이 사용됨)보다 효과가 좋다는 것만 보여주면 된다.
* 거대제약회사는 임상실험에 참여하는 의사들에게도 영향력을 행사해, 그 결과가 자신들에게 최대한 유리하게 나오도록 압박을 가한다. 심지어는 제약회사 자체로 엉터리에 가까운 임상실험결과를 뽑아놓고, 의사들에게 돈을 주고 명의를 빌려 논문을 출판한 경우까지도 적발된 바 있다.
* 거대제약회사의 엄청난 이윤은 결국 '특허'라는 제도를 통한 독점권의 보장에 있는데, 이 특허를 최대한 연장하고 경쟁자의 시장 진입을 막기 위해서, 제약회사는 엄청난 돈을 변호사들에게 지불하고 있을 뿐 아니라 이 과정에서 별의별 편법이 다 동원된다.
예를 들어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임상실험을 진행하면 그 신약의 특허가 6개월 연장되는 점 (이는 소아질환에 대한 신약개발을 독려하기 위한 조항)을 악용하여, 온갖 종류의 약 (특히 성인병 치료제)들이 어린이를 대상으로 임상실험되고 있다.
* 최근의 비싼 신약은 그 효과가 기존의 싼 약보다 좋다는 보장이 없는데 (위 참조), 이러한 신약이 더 많이 처방되게 하기 위해서 제약회사는 의사들을 상대로 소위 '홍보'를 가장한 마케팅 활동을 하는데에 많은 돈을 퍼붓는다. 수많은 의사들의 '교육'프로그램은대부분 제약회사의 스폰서를 받아 운영되고, 이들은 대부분 비싼 고급 휴양지에서 열리며, 의사들에게는 선물 공세가 쏟아진다.
이 비용은 결국 약값 상승을 통해 소비자에게 전가되는 것이다.
암튼 이밖에도 별의별 스토리가 다 나오는데, 보다 보면 이들의 추악함에 치가 떨릴 지경이다.
위의 상황은 미국에서 일어나는 일로, 미국의 의료비용은 하늘높은 줄 모르고 치솟고 있다. 영화 'Sicko'에서도 언급되었지만, 이러한 의료비용은 결국 보험회사와 거대제약회사의 주머니로 들어가고, 수많은 사람들이 제대로 된 의료 혜택을 받지 못한 채 질병에 신음하거나 죽어가게 되는 것이다.
아마 한미 FTA가 체결되면, 의료보험 민영화 논의와 맞물려 이러한 거대제약회사 (상당수가 미국회사임)의 횡포가 우리나라에서도 일어날 것을 능히 짐작할 수 있다. 살떨리는 일이 아닐 수 없다.
(비슷한 논조의 기사는 링크를 참조하시라.)
저자인 Marcial Angell 박사는 저명한 의학 학술지인 New England Journal of Medicine의 편집장을 역임한 이 분야 전문가로, 다국적 제약회사들이 어떠한 식으로 부당한 이득을 취해 왔는지에 대한 비밀을 이 책에서 밝히고 있다.
사실 나역시 '신약 개발을 통해 인류의 건강과 복지 향상에 이바지하는' 거대제약회사의 이미지를 상당히 좋게 보고 있었고, 실제로 제약회사의 연구소에 취직하는 것 역시 상당히 좋은 선택 중 하나로 고려하고 있었다. 내 학교 동료/선배들 역시 상당수가 제약회사에 취직해서 일하고 있고.
그러나 최근 들어, 제약회사들이 혁신적인 신약개발보다는 제2, 제3의 Viagra와 같은 lifestyle drug을 me-too 전략을 통해 쉽게 만들어 시장에 내다 파는 데에만 골몰하는 데에는 불만을 가지고 있었다. 재작년엔가 잠시 들었던 drug discovery 수업에서 담당교수가 아예 me-too strategy역시 이제는 신약개발 전략의 하나로 인정해 줘야 할 상황에 왔다고 하는 말을 듣고 어이가 없었던 기억도 있다.
그런데, 이 책에서 Angell박사는 보다 충격적인 비밀을 몇가지 더 밝힌다. 즉, 거대제약회사는 인류의 복지에 이바지하면서 이윤도 추구하는 '선한 기업'이 아니라, 오히려 건강을 빌미로 거액을 뜯어내는 사악한 깡패집단에 가깝다는 것이다. 거대제약회사는 엄청난 이윤을 얻고 있으며, 이중 상당수는 부당한 방법으로 얻고 있다는 것이다.
예를 몇가지 들어 인용하자면,
* 거대제약회사는 신약의 가격이 비싼 이유 (보통 신약은 1년치 약값이 1만달러 이상이다)를 엄청난 개발 비용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전임상단계부터 시작해서 동물실험, 그리고 1,2,3차 임상실험은 실제로 최소 수백억원의 돈이 들어가며, 늘 실패할 위험부담을 안고 있기는 하다. 거대제약회사가 평균적으로 매출의 11-14%을 지출하는데 (다른 업종과 비교하면 상당히 높은 비율이긴 하다), 숨겨진 비밀은, 제약회사가 그 두 배 이상인 매출의 30%정도 (정확한 비율은 제약회사의 일급비밀이다)를 마케팅에 지출한다는 것이다!
즉, 연구개발비 때문이 아니라, 광고비 등 마케팅 비용 때문에 약값이 비싸지고 있는 것이다.
* 거대제약회사는 잠재 고객을 늘리기 위해 심지어 새로운 '질병'을 이름붙이기도 한다. 30년 전에 비해, 고혈압과 고지혈증의 '위험군'기준은 훨씬 완화되어, 예전같으면 정상으로 분류될 사람들이 위험군으로 분류되는 경우가 늘었다. 이들은 결국 혈압약과 콜레스테롤강하제의 잠재 고객이 되는 것이다. 이러한 기준은 의사들이 결정하기는 하지만, 이 배후에는 엄청난 로비력을 자랑하는 제약회사의 지원이 자리잡고 있다.
--> 최근에 텔레비전을 보니 "restless leg syndrome (하지불안증후군)'이라는 병에 대한 약 광고도 해대더라.
* 거대제약회사는, 자신들의 '신약'이 최대한 쉽고 빠르게 시장에 진출할 수 있도록, 그동안 관련 법령을 개정하는 데에 엄청난 액수의 로비자금을 퍼부었다. 이들은 수많은 정치인과, 심지어 FDA의 고위직 공무원들까지도 교묘한 방법으로 매수하고 있으며, 그 결과 '신약'의 기준이 예전에 비해 훨씬 완화되었다. 이제는 신약이 기존 약보다 더 효과가 좋다는 것을 증명할 필요가 없고, 그저 placebo (위약, 흔히 밀가루나 설탕 등이 사용됨)보다 효과가 좋다는 것만 보여주면 된다.
* 거대제약회사는 임상실험에 참여하는 의사들에게도 영향력을 행사해, 그 결과가 자신들에게 최대한 유리하게 나오도록 압박을 가한다. 심지어는 제약회사 자체로 엉터리에 가까운 임상실험결과를 뽑아놓고, 의사들에게 돈을 주고 명의를 빌려 논문을 출판한 경우까지도 적발된 바 있다.
* 거대제약회사의 엄청난 이윤은 결국 '특허'라는 제도를 통한 독점권의 보장에 있는데, 이 특허를 최대한 연장하고 경쟁자의 시장 진입을 막기 위해서, 제약회사는 엄청난 돈을 변호사들에게 지불하고 있을 뿐 아니라 이 과정에서 별의별 편법이 다 동원된다.
예를 들어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임상실험을 진행하면 그 신약의 특허가 6개월 연장되는 점 (이는 소아질환에 대한 신약개발을 독려하기 위한 조항)을 악용하여, 온갖 종류의 약 (특히 성인병 치료제)들이 어린이를 대상으로 임상실험되고 있다.
* 최근의 비싼 신약은 그 효과가 기존의 싼 약보다 좋다는 보장이 없는데 (위 참조), 이러한 신약이 더 많이 처방되게 하기 위해서 제약회사는 의사들을 상대로 소위 '홍보'를 가장한 마케팅 활동을 하는데에 많은 돈을 퍼붓는다. 수많은 의사들의 '교육'프로그램은대부분 제약회사의 스폰서를 받아 운영되고, 이들은 대부분 비싼 고급 휴양지에서 열리며, 의사들에게는 선물 공세가 쏟아진다.
이 비용은 결국 약값 상승을 통해 소비자에게 전가되는 것이다.
암튼 이밖에도 별의별 스토리가 다 나오는데, 보다 보면 이들의 추악함에 치가 떨릴 지경이다.
위의 상황은 미국에서 일어나는 일로, 미국의 의료비용은 하늘높은 줄 모르고 치솟고 있다. 영화 'Sicko'에서도 언급되었지만, 이러한 의료비용은 결국 보험회사와 거대제약회사의 주머니로 들어가고, 수많은 사람들이 제대로 된 의료 혜택을 받지 못한 채 질병에 신음하거나 죽어가게 되는 것이다.
아마 한미 FTA가 체결되면, 의료보험 민영화 논의와 맞물려 이러한 거대제약회사 (상당수가 미국회사임)의 횡포가 우리나라에서도 일어날 것을 능히 짐작할 수 있다. 살떨리는 일이 아닐 수 없다.
(비슷한 논조의 기사는 링크를 참조하시라.)
# by | 2008/04/28 10:40 | 생각할거리 | 트랙백(2) | 덧글(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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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제약회사는 어떻게 우리 주머니를 털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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