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rack Obama - 'A more perfect union'


요즘 버락 오바마가 며칠전 필라델피아에서 한 연설이 큰 화제가 되고 있다. 자신이 다니는 교회의 목사인 Jeremiah Wright가 최근 설교에서 흑인들에게는 'God bless America'가 아니라 'God damn America'라는 발언으로 비난을 받고 있는 가운데, 이러한 인종문제의 불똥이 자기에게까지 튀자 정면돌파하기로 작정하고 한 연설이다.
연설 내용 한글요약은 위 링크 참조.

무려 38분에 해당하는 긴 연설인데, youtube띄워놓고 처음부터 끝까지 다 들었다. 오바마가 연설을 잘 한다는 말은 전부터 많이 들었지만, 이번 연설은 그야말로 감동이었다. 그리고 미국이라는 나라의 저력이 부러웠다. 이런 정치인을 배출했다는 것이, 그리고 그가 실제로 대통령에 가장 근접한 후보라는 것이.

사실 미국에서의 인종문제는 아직도 심각하다. 마틴 루터 킹 목사 시절 이후 적어도 공개적인 차별은 사라졌지만, 사회경제적 불평등은 여전하고, 그로 인한 계층 격차는 대를 물려 이어지고 있으니까.

처음 카투사로 군에 입대했을때, 나는 미국 인구의 절반이 흑인인 줄로만 알았다. 당시 내가 복무한 부대 구성원은 절반이 흑인이었으니까. 나중에 전체 인구의 10% 미만이 흑인이라는 사실을 알고 상당히 놀랐고. 이들 대부분은 가난한 남부(Alabama, Louisiana, Georgia) 출신으로 다른 기회가 없어 군대에 왔거나 아니면 대학에 가고 싶은데 돈이 없어서 입대한 케이스였다. (미국은 GI bill에 의해, 군복무를 자원하면 제대후에 학자금을 대준다.)

그리고 유학와서 도착한 스탠포드에서는 흑인이라고는 눈을 씻고 찾아도 보기가 힘들었다. 학부생 가운데 드물게 보이는 흑인은 대부분 덩치좋은 운동선수들이었고, 내가 겪은 화학과 대학원생 (약 200여명) 가운데 흑인은 단 한명이었으니까. 학교가 위치한 팔로알토 시내에도 흑인은 찾기가 힘들었다.

그럼 그 흑인들은 다 어디에 있을까? 알고보니 흑인들이 사는 지역은 따로 있었다. 베이지역의 경우에는 오클랜드 (Oakland). 풋볼팀 Raiders와 야구팀 Athletics의 본거지인 항구도시인데, 안타깝게도 미국내 살인범죄율 1위를자랑한다. 일년에 약 100명이 총에맞아 죽는다.

오클랜드도 샌프란시스코나 팔로알토에 비하면 심하게 낙후되었지만, 사실 몇년전 디트로이트 (Detroit)를 방문했을때의 충격은 아직 잊을수가 없다. 한때 자동차산업의 메카로 불리던 도시이지만, 지금은 완전히 유령도시가 되어버린곳. GM은 아직 본사를 디트로이트에 두고 있지만, 비교적 새로 지어서 화려하게 빛나는 그 본사건물로부터 불과 몇킬로 떨어지지 않은 곳에는 30층이 넘는 건물들이 유리창이 모두 깨진채 버려져 있었다. 그리고 도심의 텅빈 거리에 드문드문 보이는 보행자들은 모두 허름한 행색의 흑인들이었고. 백인들은 모두 슬럼화된 도심을 벗어나 외곽의 주택지역에서 살고 있었다. 내가 묵게 된 실험실 동료(역시 백인)의 집 역시 그곳에 위치한 커다란 2층집이었다.

사실 이러한 사회적 불평등의 문제는 단순한 인종문제가 아니다. 실제로 내가 군시절 만난 백인들 역시 스탠포드에서 만난 백인들과는 차원이 틀렸다. 당시 나 밑에서 일했던 이등병녀석(백인)은 아리조나의 사막 한가운데 있는 교도소마을 출신이었다. 탈옥하기 힘들게 사막 한가운데에 교도소를 지었고, 그 직원들 때문에 옆에 생긴 작은 도시. 녀석은 평생 거기서 살았고, 지긋지긋한 그곳을 탈출하기 위해 고등학교를 마치자마자 한달에 800불정도 받고 군대에 온 것이었다.

오바마는 이 문제를 정확히 짚었다. 인종문제 이상 심각한 구조적 불평등이 미국 사회에 존재한다는 것을. 인종문제는 사실 감정적이 될 수 밖에 없다. 자신이 선택한 것도 아니고, 바꿀 수도 없는데다가, '너'와 '나'를 구분짓기에 가장 편리한 외모의 차이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흑인들은 자신의 암울한 처지를 조상때부터 받은 차별때문으로 간주하고 백인에 대한 적개심을 키워가고, 중산층 백인들은 가뜩이나 아웃소싱등으로 미국내 고용이 흔들리는 가운데 남미계 불법이민자가 일자리를
빼앗아가고 (못사는 흑인들을 위한) 복지정책때문에 과다한 세금이 자신들의 경제를 위협한다고 불평을 터뜨린다.

이러한 문제의 실질적인 이유는, 오바마가 지적한 대로, 신자유주의로 인한 무한경쟁, 석유자본과 군수자본에 뒷받침되는 무리한 전쟁, 단기적인 이익에만 집착하는 자본의 탐욕, 그리고 이들로부터의 로비에 지배되는 워싱턴의 정치인들 때문이다.
(전쟁빼고 우리나라 스토리랑 비슷하지 않은가? 뭐 대다수의 국민들은 아직도 이게 다 노무현 탓이라고 할테지만.)

그러나 미국의 주류 언론은 이러한 문제를 제대로 짚고 넘어가지 않는다. 특히 Fox news같은 언론은 보고 있으면 보고 있으면 구역질이 날 정도이다 (한국의 조선일보도 비슷하다.)
정치인들도 마찬가지이고 그저 선거철만 다가오면 인종문제 등을 감정적으로 자극해서 표만 얻어낼 뿐, 근본 문제에는 입을 다문다. 그들은 (미국내에서는 합법화된) 로비와 표 계산에만 따라서 움직일 뿐이니까. 그리고 divide and conquer라고, 교묘하게 약자들간의 갈등을 조장해서자기들끼리 싸우느라 사회적 연대를 이루어 세력을 키우는 것을 방해한다. LA 폭동당시 애꿎게 한인과 흑인이 서로 싸운 걸 생각해보라.


그래서인지, 미국인들은 이러한 불평등 문제에 대해 생각보다 둔감하고, 그런것에 대해 이야기하는것을 꺼린다. 내가 볼 때 이유중에 하나는 미국은 땅이 넓어서 못사는 사람들은 그냥 한동네에 몰아넣으면 나머지 동네는 아무런 문제없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 아닐까도 싶다. Tiffany, Cartier, Gucci등의 명품매장이 즐비한 스탠포드의 쇼핑몰에서 차로 5분만 가면 East Palo Alto라고 이동네 가난한 남미계들이 사는 동네가 나오는데, 여기가면 허름한 스페인어 간판에 철창쳐진 작은 수퍼마켓들이 있을 뿐이다. 도시가 가난해서 가로등도 제대로 없고, 가로수같은건 생각도 못한다. 그러나 이 두 도시의 생활권은 고속도로를 경계로 완벽히 분리되어 있어서, 억지로 찾아가지 않는 한, 그러한 낙후된 모습을 보고 '불편해할' 이유가 없다. 내가 뉴욕에 와서 좋은 점 중에 하나는, 맨하튼의 빌딩숲 사이에 널브러진 노숙자와, 돈이 없어서 청소도 제대로 못해 엉망진창인 지하철역을 보면서 미국사회의 모순과 불평등을 잊지 않게 해주기 때문이다.

이러한 불평등이 가득한 모습은 '불편한 진실'중의 하나일 것이다. 불편하기 때문에 이야기하지 않으려 하고, 오바마도 그럴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그렇게 하지 않았고, 오히려 대다수 미국인들이 'politically incorrect'하다면서 꺼리는 인종문제와 그보다 더 심각한 사회적 불평등 문제를 정면으로 돌파하고 나섰다. 그리고 이러한 문제를 함께 직면하고 고민하고 해결하기 위해 노력함으로써 'a more perfect union'을 함께이루어가자고 호소한다.

물론 그의 이러한 정치적 행보 역시 오히려 고도로 계산된 득표 전략이라고 하면 할 말은 없다. 그러나 적어도 이러한 문제 제기를 공개적으로 하는 후보가 주류 정치권에서 유력한대선 후보라는 것이 내가 미국사회의 저력을 느끼고 부러워하는 이유이다.

비록 직접 투표할 수는 없었고 멀리서 지켜볼 수밖에 없었던 작년의 우리나라 대선이 오버랩되면서, 언제쯤이면 우리나라에서도 저처럼 솔직하게 문제를 제기하고 정면돌파할 비전을 제시할 정치인이 등장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by monocell | 2008/03/22 23:02 | 생각할거리 | 트랙백(1) | 덧글(3)

트랙백 주소 : http://jmkee.egloos.com/tb/4240394
☞ 내 이글루에 이 글과 관련된 글 쓰기 (트랙백 보내기) [도움말]
Tracked from Home away fr.. at 2008/11/06 11:39

제목 : President Obama
드디어 오바마가 대통령에 당선되었다. 주변에서는 90%이상이 오바마 지지자(혹은 공화당 반대자)였는데, 막상 투표 결과는 53% 대 46%인 걸 보면, 내가 겪은 미국은 정말 작은 한 부분에 불과하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옛날에 한국에서도 '與村野都'라는 말이 있었던걸로 기억하는데, 이번 미국 대선에서도 대도시는 오바마, 시골은 맥케인의 경향이 뚜렷했다. 심지어 공화당의 최대 아성인 텍사스조차도, 대도시인 달라스, 휴스턴, 샌안토......more

Commented by monocell at 2008/03/22 23:54
영어 원문을 보고 싶으신 분들은 아래 링크로. 재욱이형 홈피 (http://wugi.egloss.com)에서 가져옴.

http://www.nytimes.com/interactive/2008/03/18/us/politics/20080318_OBAMA_GRAPHIC.html#
Commented by zz at 2008/05/23 11:25
GUCCI--LV--CHANEL......브랜드상품……

특A급브랜드 사이트 소개 해드릴게요 ... .www.lux12.com...

가방--돈지갑--시계--신발--브랜드상품...www.lux12.com...

msn:lux1006@hotmail.com
Commented by monocell at 2008/05/23 23:05
zz/ 가난한 포닥은 돈이 없어요.. T_T

:         :

:

비공개 덧글

◀ 이전 페이지          다음 페이지 ▶